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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화 테헤란까지의 긴 여정 (a Long way to Teheran)
    Foreign Travel Log 2022. 4. 21. 01:15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테헤란 갈 때까지 우여곡절도 많은 시기였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여행 일정이 초겨울의 페르시아의 추위가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 유유자적했던 거 같다. 그래도 첨 느껴 보는 안정된(비교적) 치안의 도시, 사람들의 초대 러시, 여행 약 7개월 만에 벗어나는 구 소련 문화권, 아직 넉넉히 남아있던 비자기간 등 생각해보면 여행 중 몇 안 되었던 맘 편한 날이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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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된 만남과 이별

     

     잠시나마 사람들과 함께하다 헤어질때 오는 공허함이 크게 다가온다. 고독과 고통으로만 가득 찬 내 여행에 잠시나마 안식이 주어질 때마다 여린 내 맘은 속절없이 약해지기만 한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과 시차는 특이하게 시차가 1시간 30분이 차이가난다. 초대해준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시간을 기다렸지만 8시면 나에겐 취침시간인 10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 된다. 실례인지 알지만 피곤한 데다 너무 잘 시간이니 하품과 졸음이 쏟아진다. 늦잠 탓인지(원레 게으름) 눈을 떠보니 시곗바늘이 10시가 다되어 간다, 아저씨랑 잠시 이야기하다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저씨는 결혼식 있어 외출을 한다. 나는 더 머물고 싶음 호텔을 찾아봐 준다 하시지만, 강한 바람과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강한 역풍에, 쌀살한 바람, 게다가 점점 높아지는 고도에, 눈발이 조금씩 날린다. 오늘 괜히 출발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되돌아갈 수도, 갈 곳도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추운 날씨에 맞닥드리니 얇은 장갑에 손이 시려오기 시작한다. 손이 너무 시려 잠시 멈춰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데 차량이 있었는데 날씨가 춥다고 차 안에서 히터 좀 쪼이라고 멈추어 서있었다. 그러더니 친구 차로 친구를 불러 싣고 마을까지 데려다준다는 바람에 한사코 거절을 해야만 했다. 물론 몸이야 편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시작한 여행은 아니었으니..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어찌어찌 영어를 좀 하는 사촌까지 통화해 다음 도시에서 만나는것으로 하고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험산 궂은 날씨 덕분인지 아무리 열심히 페달을 밟아도 도통 마을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햇빛은 내속도 모르고 산너머로 자취를 감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또 다른 어떤 트럭이 멈추어 서더니 내가 힘들어 보이니 꼭좀 도와준다고(태워준다고) 하는 것을 한사코 좋은 말로 거절하며 길가에서 실랑이를 하는데 점점 지나가던 다른 트럭도 멈춰 서고 이어 경찰차까지 와서 멈추어선다, 대략 난감한 상황 펼쳐진다. 일단 말이 통하지 않으니, 또 전화연결을 해 이렇게 저렇게 영어로 이야기 하지만 서로 모국어가 아니니 답답하긴 매한가지이다. 

     

     우여곡절끝에 얼마 남지 않은 다음 도시 입구에서 보기로 하고 입구부터 에스코트를 받아 쉽게 현지 호텔을 쉽게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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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갑내기 친구, 아라쉭

     

     이틀간의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안장에 오른다. 고르간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불심검문도 받는다, 일반 승용차가 멈춰 서더니 사람이 내렸다. 어짜피 보여줘도 알아볼 수 없는 신분증을 들이대며 여권을 달라고 한 뒤 자기 차로 가져가선 이리저리 받아 적고 여기저기 통화하는듯한 눈치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싸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삶들이 진짜 경찰도 아니고 그냥 여권을 들고 날랐으면 국제 미아 신세일 텐데 모르니 그냥 당할 수밖에...

     

     계속된 오르막에 풍경은 점점 황량해져 간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있긴 있나 싶다. 저번에 경찰까지 멈추어서 난처했던 날 아라쉭이라는 자전거 선수 하던 친구를 잠깐 길에서 만났지만 그때는 다른 초대(?)가 있어 만나지 못하고 오늘 두번째 만나게 되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만날동안 이동한 거리가 150Km 정도 되는데 그친구가 은연중 나를 찾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어짜피 큰길따라가는 나는 의외로 찾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유비의 삼고초려도 아니고 나도 제갈량이 아닌데 계속 거절하는것도 마음에 들지않아 정상을 지나면 자기 아버지 농장이 있으니 거기서 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계속된 오르막에 해가 다 저물어가도 오르막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참다못한 아라쉭이 아빠찬스를 동원 아버지가 픽업트럭을 끌고 나를 데리러왔다. 막상 차를타고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긴 오르막이라 자전거로 갔으면 오늘은 가긴 힘들었을것 같았다.

     

     아라쉭 이 친구도 알고보니 나랑같은 86년생동갑네기 친구였다, 이친구도 자전거를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로드 사이클을 즐겨 타고 했다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둘 다 영어가 힘들었기에 아쉽기만 했다.

     

     다음날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아라쉭이랑 점심을 먹고 잠시 밖에 나와 마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자기 친구 '알리'가 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바쁜 생업이 있는 와중에 시간을 내서 먼 걸음을 해서 온다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다.) 저녁이 좀 지나서 온 친구 '알리'는 무려 보드카를 가져왔다, 이탈리아를 모국보다 더 사랑하는 거 같은 이 친구는 집에 이탈리아 장식과 국기를 달아 놓을 정도이다 ㅎㅎ

     말도 안 통하는 셋이 여행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예정된 이별이라고는 하지만...

     아라쉭 친구 알리가 아침 배웅해준다고 인사하고 하늘 날씨를 본다. 구름은 껴있지만 날이 많이 춥지는 않다. 시간으로 따지면 만 이틀이 안 될 것 같다. 어릴 때 명절 때 만난 친척 친구들 헤어질 때 마냥 맘이 마냥 아쉽고 서운하다. 마음은 죽기보다 떠나기 싫지만 여기 앉아 있는다고 갈 거리가 줄어드는 것도 남은 체류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어떠한 것도 바뀌는 건 없기에 몸을 일으켜 떠날 채비를 한다.

     

     짐을 다 정리해 자전거에 싣고 시계를 보니 12시를 가리킨다. 떠나기 전 뜨거운 포옹을 한다. 잘 가라고 잘 지내라고 마지막 인사를 한다. 항상 마음은 다음에 또 볼 날이 있기를 희망한다, 언젠가... 말은 안 통해도 진심 걱정 응원하는 마음이 통해서 일까? 왠지 마음이 다른 때처럼 허전하진 않다. 이내 거리는 멀어지고 집이 보일락 말락 한다. 멀리서 잘 가라는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큰소리로 화답하고 무거운 페달을 밟는다. 마음이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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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대를 지나 내리막이 시작된다. 수목한계선을 지나니 나무가 부쩍 늘어난다. 오래간만에 촘촘히 서있는 나무 사이로 떨어진 낙엽 잎을 보고 있으니 내가 살던 고향 풍경 모습이다. 떠나오진 일 년도 안 됐지만 벌써 고향 비슷한 모습만 봐도 마음이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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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헤란 가는 길엔 '엘부르즈 산맥'이 자리하기에 좋든 싫든 산을 하나 건너야만 했다. 테헤란을 가기 위해 산맥을 넘어가는 길은 여러 곳이 있었지만 그중에 카스피해를 지나가는 경로가 궁금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코스에 비해 가장 짧아 보이는 '곤바드'를 통해 넘어가는 코스를 고르게 되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 그래도 카스피해 쪽으로 한번 가봤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어수선한 '곤바드'를 빠져나와 산골 자기로 가는 길 시끄러운 도시에 있다 다시 한적한 곳으로 오니 맘이 편해진다. 작은 슈퍼를 들려도 우리나라 드라마 '주몽'의 주연배우인 주몽(송일국)고 소서노(한혜진)씨 포스터가 붙어있고 한글 이름도 또박또박 발음할 줄 아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경사도 생각보다 높지 않고 날씨도 따뜻하다. 길가에 올라가는 길에 또 차가 멈추어서더니 어디서 자냐고 물어본다, 캠핑할 거라고 이야기하니 여기는 늑대가 나온다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살면서 늑대라곤 본 적이 없었기에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해가 어두워질 때쯤 안성맞춤인 오늘의 잠자리가 나온다 사람도 없고 바닥에 평평하고 낙엽도 많이 깔려 바닥도 푹신하고 완벽했다.

     

     밥을 다 먹고 짐 정리를 마치고 침낭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범상치 않은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오후에 만난 사람의 충고가 떠올랐다.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또 정말 아니라는 법도 없지 않았다. 한 손엔 고추 스프레이와 삼단봉을 준비해놓고 설마가 아니길 바라며 잠들어보니 다음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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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무서웠지만 해가 뜨니 아늑하기 그지없는 장소이다. 오히려 잠자리가 너무 좋으면 단점이 떠나기 싫다는 거다. 맘 같아선 하루 더 있다 가고 싶지만 야밤에 짐승 울음소리에 억지로 준비해 출발을 한다. 아직 날씨가 따뜻한 데다 바람도 크게 불지 않고 경치도 생각보다 멋지다. 다시 수목한계선에 가까워지듯 나무들이 점점 키가 낮아진다. 중간중간 마을이 있어 어렵지 않게 보급을 하고 천천히 올러간다, 해 질 무렵이 되어 오늘의 집 터를 물색하지만 길도 좁고 산길이니 어디 캠핑할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높은 산속이면 가파른 도로 주변으로 빈 공간이 없다) 다행히 사람 한 명 간신히 지나다닐 길로 조금 내려가면 평평한 지대가 있어 조심해서 내려가 본다. 조심해서 조심한다고 하는데 트레일러가 중심을 잃고 낭떠러지 방향으로 내려간다. 순간 중심을 다시 잡아 돌리려 했지만 '빡'하는 불길한 소리가 크게 난다. X댓다 라는 내면의 외침과 함께 급히 트레일러를 확인해본다. 하... 역시나 이음새 부분이 끊어져 버렸다. 이런 순간마다 온갖 짜증부터 왜 여행을 시작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싶으며 온 가지 생각과 함께 현타가 온다.

     

     하지만 어쨌든 텐트를 쳐야지 잠을 자야 되고 밥도 먹을 수 있다. 여행하면서 생긴 좋은 버릇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습관이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없이 내일을 맞이 하자는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으면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날도 저물고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주섬주섬 짐을 다 내리고 부러진 트레일러를 보며 한숨을 쉬다 후다닥 텐트를 치고 밥을 먹고 침낭 속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심난한 맘이지만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간간히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음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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